자려고 가만히 누워 눈을 감으면 여러 감정과 생각들이 걷잡을 수 없이 찾아오곤 한다. 시야가 암전되어선지 그 단골 손님 중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심이 있다. 그런 밤이면 아무리 죽음을 영원한 휴식이라는 달콤한 표현으로 규정해 보아도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니 더 생각할 필요 없다며 마음을 채찍질해 보아도 다 소용이 없다. 그냥 두려움에 떨다가 잠들기 마련이다. 죽음에 초연하지 못해 부끄럽지만 솔직히 유한한 생명체 주제에 죽음 그 자체를 인지하다니 너무 버거운 짐 아니냐고 주장하고 싶다. 조상들아 왜 이렇게 뇌 용량을 과하게 키워 놓았니 ㅠㅠ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미우나고우나 같은 유한한 처지인 지구 인간들이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세상의 시간은 무한히 흐르지만 우리의 시간은 빠르게 끝이 난다는 사실, 어느 날 전원이 나가듯 우리의 몸과 의식이 꺼지고 절대 다시는 켜지지 않으리라는 사실, 이 냉혹한 명제를 받아들이면서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아마 평범한 다수일 것이다. 그게 좀 대단하고 애틋하다.
좀 다른 맥락이긴 하지만 이번 신정 때 ‘남은 생은 가능한 좋아하는 이와 보내길 바란다’는 덕담을 들었다. 곧 죽을 것처럼 불길하다고 과격하게 걱정한 사람이 있어 카톡 상태메시지로 올렸다가 지우는 해프닝이 일어나긴 했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에게 정말 필요했던 축복이었다.
죽음이 두렵고 생이 시시해서 늙은이인 척한 지 한참 되었다. 사실 아닌데. 많이 살았지만 더 많이 살지도 모르고 결국 생은 유한하다. 무엇이든 사랑이라면 욕심껏 곁에 두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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