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대한 최소 편집본

전자기기에 대한 물욕

웬만하면 물건에 애착을 갖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물건에 들이는 사랑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알 길은 없지만 비교적 나는 적은 편인 것 같다. 아주 어릴 적부터 동생은 자기 소유의 장난감, 용돈을 끈질기게 챙겼지만 나는 잘 포기했다고 한다. 누구 말처럼 타고나기를 정 없는 사람일까. 엄한 환상에 마음을 낭비하고 있어 여력이 없는 걸까. 이사를 많이 다니다 보니 미니멀리즘을 체화한 걸까. 세 가지 다 해당할 수도 있겠다. 아무튼 물건에 한해서라면 미련을 잘 떨지 않는다. 잘 잃어버리고 잘 버리고 잘 쓴다. 그래도 그런 와중에 아끼는, 정확히 말하면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는 물건이 생기기 마련이다. 예를 들자면 소파.

소파가 다 드러나게 찍은 사진이 폰에 하나도 없을 줄은…

사진은 고양이지만 아무튼 이케아의 최고 스테디셀러 윙체어에 앉아 있는 모습이다. (아래)

이거 때문에 집에서는 소파 인간 됨.

너무 잘 산 물건이다. 이 소파 전에는 아래와 같은 소파가 있었다. (역시 고양이가 주인공인 사진이지만 소파 전체가 드러나 있긴 함) 이 소파도 오래 고민해서 샀고 1년쯤 잘 썼다. 하지만 동거 고양이가 너무 좋아한 나머지 회생 불가능한 상처를 여럿 내서 결국 폐기물 처리됐다.

🐈‍⬛ 뜬금없지만 이모지에 까망 고양이 생겨서 생물 다양성 늘어난 거 같고 넘 좋다!! 담번엔 젖소무늬 고양이를 꼭! 🐈

또 제법 아끼는 물건을 생각해보면, 요즘 같은 한파에도 한겨울 얼음 수영 하는 러시아인처럼 출퇴근용으로 쓰고 있는 소중한 발켄 전기자전거가 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던 2020년의 어느 날…

가끔 이러다 사고 나겠구나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스릴 넘치는 게 문제지만… 올 초 구매했는데 얘 없이 어찌 살았나 싶을 정도로 잘 타고 있다. 한 80만 원 들었지만 하나도 안 아까워.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역인 창문 언저리의 피규어 친구들과 모빌을 빼놓을 수 없다. 특별히 먼지를 떨어준다든가 관리를 해주는 건 아니지만.

예쁨 담당 구역

사실 상실했을 때 고통이 크지 않을 뿐 물욕 자체가 없는 건 아닌 게, 전자기기(특히 스마트 기기)만 놓고 보면… 일단 필립스 휴 스마트 조명 세트는 종류별로 3년째 쓰고 있고 AI스피커는 두 종류를 갖고 있으며 굳이 아이폰12pro에다 아래 사진처럼 아이맥, 아이패드, 소형 진공관 스피커까지 보유 중이다… (하만카돈 스피커 하나 더 있음)

참고로 여기서도 고양이가 포인트임

그 외에도 미밴드, 미에어, 스타일러, 전동칫솔, 전자담배 쓰고, 요리는 거의 안 하지만 에어프라이어, 캡슐커피머신은 매일같이 사용하며, 얼마 전 고양이용으로 앱 컨트롤 가능한 자동 급식기와 급수기를 구비…

티비와 노트북은 당근마켓으로 팔았다지만 얼마 전까지 있었고 아, 리디페이퍼도 있구나. ;;; 아무튼 정말 전자기기만큼은 열심히 사고 있는 듯하다.

왜 전자기기를 이토록 사들인 걸까? 물론 전반적으로 얼리어답터 기질이 있긴 하지만 유독 그 기질이 전자기기에서 더욱 크게 발현된 이유는 짐작컨대 큰 노력 없이 간편하게 삶을 나아지게 만들려는 약은 심사에 맞닿아 있지 싶다. 삶에서 선택 가능한 게 별로 없을 때 무기력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다 도달하기 쉬운 돈지랄의 대상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런 맥락에서 이불도 비슷한 물건이다. 이불이 좋은 거라고 잠을 잘 잘 수 있는 건 아닌데. 알면서도 괜히 홀린 듯 하나씩 사게 됨.

책, 각종 아름다운 굿즈, 와인, 옷, 자동차 등 다종다양한 물건 부류에 (아직까진) 전자기기만큼 물욕이 생기지 않아서 다행이다. 만약 그랬다면 필연적으로 큰 집에의 물욕이 생기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 그런데 이 이야기를 왜 쓰려고 했더라? 맞다. 집에 스마트 기기가 너무 많아져서 왜 그렇게 됐는지 그 이유를 글로 풀면서 추적해 보려고 했었다. 그치만 오늘도 그만 지쳐서 여기까지…


“전자기기에 대한 물욕” 글에 댓글 1개

  1. 다양한 예쁜 여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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