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대한 최소 편집본

2015년의 씨엠립

다녀온지 꽤 됐지만 기록 차원에서 간단히 올려 본다.

두 번째의 씨엠립. 전번보다는 훨씬 살만한 기온이었다. 30도를 아주 약간 웃도는 정도거나 그 이하의 최고 기온이 3박 5일 여행 내내 유지되서 매우 쾌적했다. 게다가 이번엔 혼자 간 게 아니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기도 했고. 지난번 여행이 배낭여행에 가까웠다면 이번에는 그래도 조금 관광스러운 게 있었달까. 현지 사람들과도 많이 못 만나 봤고… 그래도 두 번째 가니까 안 보이던 게 보이고 막연한 신비스러움이 걷히면서 또 다른 매력들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 큰 수확이었다. 그러나 그건 앙코르와트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이야기다. 몇 번을 가도 앙코르와트는 신비스럽기 짝이 없을 것이다.

세계 문화 유산 앙코르와트
세계 문화 유산 앙코르와트

이번 씨엠립 여행에서는 기어이 소원성취를 했다. 앙코르와트에서 일출 보기 성공! 그것만으로도 씨엠립에 다시 간 보람이 넘치고 흐를 정도였다. 뭐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풍경 중의 하나로 꼽혔댔나? 다 필요없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 유산이든 뭐 베스트 포토스팟?이든 직접 안 보면 쓸데없는 껍데기 수식어에 불과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앙코르와트 일출은 정말… 갔는데 놓치고 오면 천추의 한으로 삼을 만하다.

앙코르와트 일출 ㅠㅠ
앙코르와트 일출 ㅠㅠ

아 정말 만의 하나도 담아내지 못하는 사진이여… 디지털 발전 참 많이 돼야 한다. 어쩜 눈을 이렇게 못 쫓아갈 수가.

앙코르와트 일출
크엉…
새벽 물안개
새벽 물안개

일출을 보고 돌아가는 툭툭 안에서 찍은 사진이다. 물안개가 앙코르와트 해자에 자욱하게 껴서 비현실적 세계를 제대로 연출했다. 정말 스펙타클한 경험이었다. 조악한 이 사진조차 다시 보니 두근두근하다. 분명 또 가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제 다른 동남아 지역도 쫌 가보고 싶은데 또 여행 계획 잡기 시작하면 여기 가느니 그냥 씨엠립 갈까? 이런 마음이 들 것 같다. 그도 그럴게, 우기 때 가면 또 다른 기쁨이 있다고 한다. 비 오는 거 참 좋아하는데 진짜 가고 싶다. 얼마나 좋을까. 여기 자연은 딱 봐도 한국 자연이랑 스케일이 다르다. 나무들도 길쭉하고 우람하고, 비가 오면 우르르 쾅쾅 소리가 정말 신의 고함소리처럼 두려움을 자아낸다고들 한다. 그야말로 윽박지르는 마더 네이쳐.

스케일이 다르다
스케일이 다르다
바욘 사원의 미소
바욘 사원의 미소

여전히 바욘 사원의 얼굴들은 자애로웠다. 이 사원에서는 모두가 정말 웃고 있다. 이걸 마법이라고 하지 않으면 뭘 마법이라고 할 수 있나. 이때 일행과 사진 찍는데 카메라 앞에서 표정이 잠시 굳었었다. 그런 우리들에게 어떤 외국인이 지나가면서 바욘의 얼굴을 가리키며 ‘스마일!!!’하며 참견하고 지나갔는데 근데 그게 전혀 기분나쁘지 않고 주변에 있는 모두가 와하하 웃고 계속 이 웃음이 전염되고… 아무튼 그런 느낌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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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크니어의 맹그로브 숲

참, 이번에도 톤레삽을 갔는데 총크니어로 갔다. 생각만큼 너무 상업적이라 찌푸려지고 이런 느낌은 전혀 안 들었고, 오히려 예전에 갔던 메쯔레이보다 훨씬 좋았다. 특히 맹그로브 숲라고 하던가? 그 물에 잠긴 숲을 쪽배 타고 가는 코스는 처음 가 봤는데 정말 추천할 만하다. 앞뒤로 배 몇 대 안 다니고, 정말 고요한 가운데서 기묘한 충만함이 솟아오른다.

톤레삽 총크니어
톤레삽 총크니어

…더 쓸 수 있지만 새벽 두 시 사십분인 관계로 이제 잠을 자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이번엔 혼자 가는 게 아니라 좀 고민하긴 했지만 역시 패키지로 안 가길 정말 잘한 것 같다. 곳곳에서 한국 패키지 여행객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이상한 라텍스 베개나 사게 하고 이렇게 멋진 풍경들을 느긋하게 즐기지도 못하고 가는 곳도 별로인 곳들이다. 자유여행으로 가기 참 좋은 도시인데 왜 다들 패키지로 와서 민폐를 끼치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ㅠㅠ 전번에도 그런 민폐 패키지 여행객들을 만났는데 이번에도 귀국할 때 어김없이 만났다. ㅠㅠ 아우 좋은 여행을 망치게 하다니 정말… 원망스럽다…


“2015년의 씨엠립” 글의 댓글 2개

  1. 마조람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 여기도 와서 잘 구경해.. 몹시 보고 싶다

    1. 히연

      세상에 이제야 이걸 보다니 날 매우 치고 싶다.
      잘 지내고 있니? 가끔 꺼웅이 보러 한국에는 들어오는지?
      왠지 잘 지내고 있을 것만 같아 미리 부럽구나.
      보고싶다! 생각보다 나는 정기적으로 네가 필요한 것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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