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온지 꽤 됐지만 기록 차원에서 간단히 올려 본다.
두 번째의 씨엠립. 전번보다는 훨씬 살만한 기온이었다. 30도를 아주 약간 웃도는 정도거나 그 이하의 최고 기온이 3박 5일 여행 내내 유지되서 매우 쾌적했다. 게다가 이번엔 혼자 간 게 아니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기도 했고. 지난번 여행이 배낭여행에 가까웠다면 이번에는 그래도 조금 관광스러운 게 있었달까. 현지 사람들과도 많이 못 만나 봤고… 그래도 두 번째 가니까 안 보이던 게 보이고 막연한 신비스러움이 걷히면서 또 다른 매력들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 큰 수확이었다. 그러나 그건 앙코르와트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이야기다. 몇 번을 가도 앙코르와트는 신비스럽기 짝이 없을 것이다.

이번 씨엠립 여행에서는 기어이 소원성취를 했다. 앙코르와트에서 일출 보기 성공! 그것만으로도 씨엠립에 다시 간 보람이 넘치고 흐를 정도였다. 뭐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풍경 중의 하나로 꼽혔댔나? 다 필요없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 유산이든 뭐 베스트 포토스팟?이든 직접 안 보면 쓸데없는 껍데기 수식어에 불과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앙코르와트 일출은 정말… 갔는데 놓치고 오면 천추의 한으로 삼을 만하다.

아 정말 만의 하나도 담아내지 못하는 사진이여… 디지털 발전 참 많이 돼야 한다. 어쩜 눈을 이렇게 못 쫓아갈 수가.


일출을 보고 돌아가는 툭툭 안에서 찍은 사진이다. 물안개가 앙코르와트 해자에 자욱하게 껴서 비현실적 세계를 제대로 연출했다. 정말 스펙타클한 경험이었다. 조악한 이 사진조차 다시 보니 두근두근하다. 분명 또 가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제 다른 동남아 지역도 쫌 가보고 싶은데 또 여행 계획 잡기 시작하면 여기 가느니 그냥 씨엠립 갈까? 이런 마음이 들 것 같다. 그도 그럴게, 우기 때 가면 또 다른 기쁨이 있다고 한다. 비 오는 거 참 좋아하는데 진짜 가고 싶다. 얼마나 좋을까. 여기 자연은 딱 봐도 한국 자연이랑 스케일이 다르다. 나무들도 길쭉하고 우람하고, 비가 오면 우르르 쾅쾅 소리가 정말 신의 고함소리처럼 두려움을 자아낸다고들 한다. 그야말로 윽박지르는 마더 네이쳐.


여전히 바욘 사원의 얼굴들은 자애로웠다. 이 사원에서는 모두가 정말 웃고 있다. 이걸 마법이라고 하지 않으면 뭘 마법이라고 할 수 있나. 이때 일행과 사진 찍는데 카메라 앞에서 표정이 잠시 굳었었다. 그런 우리들에게 어떤 외국인이 지나가면서 바욘의 얼굴을 가리키며 ‘스마일!!!’하며 참견하고 지나갔는데 근데 그게 전혀 기분나쁘지 않고 주변에 있는 모두가 와하하 웃고 계속 이 웃음이 전염되고… 아무튼 그런 느낌인 거다.

참, 이번에도 톤레삽을 갔는데 총크니어로 갔다. 생각만큼 너무 상업적이라 찌푸려지고 이런 느낌은 전혀 안 들었고, 오히려 예전에 갔던 메쯔레이보다 훨씬 좋았다. 특히 맹그로브 숲라고 하던가? 그 물에 잠긴 숲을 쪽배 타고 가는 코스는 처음 가 봤는데 정말 추천할 만하다. 앞뒤로 배 몇 대 안 다니고, 정말 고요한 가운데서 기묘한 충만함이 솟아오른다.

…더 쓸 수 있지만 새벽 두 시 사십분인 관계로 이제 잠을 자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이번엔 혼자 가는 게 아니라 좀 고민하긴 했지만 역시 패키지로 안 가길 정말 잘한 것 같다. 곳곳에서 한국 패키지 여행객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이상한 라텍스 베개나 사게 하고 이렇게 멋진 풍경들을 느긋하게 즐기지도 못하고 가는 곳도 별로인 곳들이다. 자유여행으로 가기 참 좋은 도시인데 왜 다들 패키지로 와서 민폐를 끼치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ㅠㅠ 전번에도 그런 민폐 패키지 여행객들을 만났는데 이번에도 귀국할 때 어김없이 만났다. ㅠㅠ 아우 좋은 여행을 망치게 하다니 정말…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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