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하기
요새 가장 열심히 하는 것은 아마 청소다. 있는 걸 가지런히 정리하는 게 아니라 멀쩡한 가구를 들어내고, 아무튼 청소를 한다. 방이 정말 오랫동안 쓰레기장이었어서 집에만 있으면 몹시 기분이 찝찝했다. 추석 연휴 어느날인가 도저히 이렇겐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청소에 매진하고 있다. 이번에 수납장도 두 개나 샀다. 겨울 옷도 대충 꺼내고. 얼마 전에는 때밀러 목욕탕에도 다녀왔다.
왜 집과 몸을 혼돈 속에 오래 방치했느냐면, 그러니까 언제나 그렇듯 생의 의욕과 밀접한 것이지 싶다. 요리라든가 쇼핑이라든가 SNS, 대외활동 등등도 마찬가지고. 의외로 생의 의욕과 반비례하는 욕구는 식욕인 듯하다. 정상적인 식욕이 아니라 마취성의 폭식 같은 거 말이다. 그러다보니 위장이 뒤틀리고 몸은 살찌고 아무튼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게 돼 점점 나락으로 빠져드는 듯했다. 문득 그러나 추석 연휴 어느날인가 끔찍한 방안을 둘러보며 통감했다. 누구도 구해 주지 않는구나. 구해 줄 수 없구나. 내가 손 놓고 방치하고 있으면 그냥 그렇게 나빠지는 것뿐이다. 나는 완결된 이야기 속 주인공이 아니라 (그래서 반전이 있는 게 아니라) 끔찍하게 지루하도록 점점 나빠지기만 하는 그런 내 인생의 고통스런 방관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안 좋은 일이 있다고, 혹은 더 자신을 북돋우기 어렵다고 소극적으로 내팽개치는 걸 경계해야겠다. 사람은 쉽게 죽지 않고, 살다 보면 계절처럼 즐거운 시기가 찾아오기도 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방을 치우고, 사람을 맞을 준비를 하고, 신변도 정리하고, 제법 사소하게 느껴지더라도 집착하고 사랑하는 삶을 살고자 해야겠다. 이게 왜 이렇게 안 될까.
* 그 외 요새 토픽들
– 권 표기 사단과 대리님 퇴사(&과장 부임) 이후 계속 회사를 나갈 고민을 많이 했고, 급기야는 엄마까지 나오라고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갑자기 팀을 바꾸게 될 것 같아 모든 것이 보류됐다. 어린이책도 좋지만 성인단행본도 해 보고 싶었던 게 사실. 이 곳에서 더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듯하다. 그렇지만 등산만은 정말 안 했으면 좋겠는데;
– 대학 친구가 두 명이나 같은 회사 직원이 되었다. (건너 지인까지 합하면 세 명이나…) 아직 내가 실감이 안 난다. 종종 밥이나 먹자 그래야지…
– 오랜만에 전뱀 공연을 가서 좋기도 좋았는데 꿀벌 듣다가 ㅂㄹ 오빠가 생각나서 조금 울고 말았다. 아 진짜 오래 가는구나. 아직도 카톡 즐겨찾기에서 그의 이름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 이번 EIDF를 조금 봤다. 의외로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이 제일 좋았다. 마지막에 카메라가 브뢰헬 작 ‘바벨탑’을 쭉 훑고 올라갈 때 진짜 조용한 전율이 느껴졌다. 함께 열심히 협력해서 뭔가를 이뤄내는 인간 작은 존재들의 위대함은 논란의 여지 없이 멋있다.
– 기청넷에서 하는 책읽기 모임에 나가기로 했다. 일단 도서 목록이 재미있을 것 같은 게 1차 이유였고, 요새 나 개인에게 너무 천착하는 것 같아 좀 더 나은 세계가 가능함을, 그런 비전을 접하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던 것 같다. 모임이 망원시장 근처에서 열려서 2주마다 장 보는 겸 다녀오면 좋을 듯하다. 오늘도 오랜만에 단골이었던 두부집에 가서 두부랑 도토리묵 사 와서 먹었는데 진짜… 슈퍼에서 파는 두부와 감히 같은 음식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다. ㅠㅠ
– 데일리 여포를 만들어 볼까. 매일 한 장의 사진 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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