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엉. 정말 지금 여행기를 쓰는 게 이상하다. 미루고 미루다 보니 다녀온지 어언 두 달이 다 됐다. 이제 무슨 꿈 같다. 아무튼 따 쁘롬부터 이어서 쓴다. (여전히 둘째 날이다;)
따 쁘롬은 바욘 사원과 같은 시기에 지어진 불교 사원이다. 점심 때 밥을 먹기 위해 따 쁘롬 남쪽 담장을 따라 난 길로 달렸는데 담장이 끝이 안 남. 실제로 3000명 가까이 살았다고 하니 뭐 이쯤 되면 작은 도시라고 해도 될 정도의 규모다. 점심을 해결하고 동쪽 문에서 출발. 서쪽 문에서 출발하는 게 더 좋다고 하지만 코스상 어쩔 수 없었다.

들어가자마자 한국 단체 관광객 무리가 있었다. 얼마나 진상이었는지 처음으로 같은 나라 사람이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특히 아줌마들의: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어머!!! 이리 와!!!!!! 자기!!!!!) 기본적으로 사원이다! 이 나라 사람들은 사원에 들어갈 때 차림새도 경건하게 다잡고 들어간다. 대부분의 관광객들도 이 무너져내리는 사원에서 고요하게 시간의 무상함을 느끼고 싶어 한다. 그런데 무슨 지리산 등산객마냥 차려입고 시끄럽게 소리치면서 심지어는 포토스팟을 점령한 채 비키지도 않는 몰골이라니. 근처를 지나가는 외국인 연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Korean 어쩌고 하는 것도 들었는데, 제발 그러지 맙시다. 신성한 장소예요…




뭐 기본적으로 설렁설렁 다니는 편이긴 하지만, 특히나 이 따 쁘롬부터는 더욱 멍해졌다. 덥기도 더웠고, 그냥 훑고 지나가면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따 쁘롬은 워낙 광대하기 때문에 잘만 찾아가면 누구에게도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 숨을 수 있다.
이건 정말 어디에도 없는 즐거움이다. 폐허가 된 천 년 된 곳에서 정신을 놓고 쉬고 있다는 것. 때때로 누군가와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면 된다. 사람들은 관대해져서, 쉽게 친해진다. 따뜻한 기후에 경건한 공간, 경제 관념이 조금 없는 상인들,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소들.
아 정말 곳곳에 소 많다.

이렇게. 사원 사이에 풀을 먹고 있는 소들. 색깔도 가지가지…

위의 호수는 호수가 아니라 어떤 왕이 지은 욕탕이라고 한다. 이름은 까먹었다. 그리고 따 쁘롬보다 조금 규모는 작지만 역시나 조용하고 좋았던 반떼이 끄데이. (맞는지!)

해가 조금씩 넘어가고 있어, 날씨는 천천히 선선해지고 있었고 그날따라 해는 어찌나 따스하게 지는지 돌의 빛깔이 온통 노랗게 변해 가고 있었다. 사람이 무시무시하게 없었던 고요한 사원. 근처에 살며 닭을 키우는 현지인도 있었다. 아이들은 모두 벗다시피 뛰놀다가, 나를 보면 반색하며 1달러짜리 조악한 관광 기념품을 사라고 내밀었다. 구걸 같지만 구걸이라고 하기에는 천진하고 비굴하지 않은 것이 공통된 특징이었다. 끈질긴 구애를 뿌리치고 나면 아이들은 모두 똘망한 얼굴로 다시 자기 놀던 곳으로 뛰어가 또래들과 흙장난 같은 걸 하고 논다.

석양이 천천히 무르익어 가면 부조들의 미소는 더욱 깊어진다. 힐링도 이런 힐링이 없다. 곳곳에 나를 축복하는 것 같은 온갖 미소들이 가득하다. 천천히 이 세계에 설득되어 가는 기분이었다. 보다 보면 쑥스럽게도 울컥한다. 정말로.


몸이 지쳐서 일단 숙소로 복귀하기로 했다.

이제 정말 고마웠던 툭툭 기사 쏨난과 작별을 해야 할 시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첫 안내자였다. 조용히 나를 많이 도와 주었다. 그의 친구들도 모두 방글방글 귀엽고 재미있는 사람들이었다. 그 중의 한 사람은 내 숙소 근처에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가 먹을 걸 나눠 먹으며 노는 사이가 됐다…

되도록이면 현지인을 안 찍으려고 했지만 안 찍으면 너무 후회할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한 컷. 다시 올 때 참고하려고 전화번호도 받아 놓았다. 0888511158이니 혹 씨엠립 가는 분들은 참고해 보셔도. (카톡은 안 하는 걸로 알고 있음.)
씻고 간단히 요기를 한 다음에 야시장에 놀러 가기로 했다. 이상하게도 툭툭이 밀린다 했더니 역시나 시내에서 뭔가 벌어지고 있었다.

옆에 있던 외국인 할아버지한테 물어보니 해마다 열리는 축제인데, 학교마다 하나씩 야광 조형물을 만들어 겨루는(?) 그런 행사라고 한다. 초등학교~중학교 나이로 보이는 아이들이 거대한 종이 발광체(?)를 메고 행진하고 있었음. 하도 정신이 없어서 사진을 많이 못 찍었지만 참 흥겨웠다. 여기 민속 음악이 은근히 친숙하고 신나는 것 같다.



밤의 씨엠립. 뭔가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길어지니 생략한다. ;;; 마지막으로 음식 파는 사람 중에는 가장 친해졌던 크레페 파는, 으악 이름 까먹었다 ㅠㅠ 아저씨. 몇 번을 사먹었는지… 이것도 다른 거 찍으려다가 충동적으로 만드는 거 찍어도 되냐고 해서 부끄럽게 찍은 사진이다.

다음 날엔 이이의 아들을 보았다. 일단 여기까지 해서 둘째날 끝. 으아악. 아직 앙코르와트는 나오지도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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