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은 참으로 이처럼 최악인 해가 없었다고 자평할 수 있겠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정말 최악이기만 했을까 흰 눈으로 의심해 보면 또 과한 호들갑인가 싶기도 하다. 예를 들어 이젠 거의 국민체조 수준의 강도로 낮아졌지만 늦봄부터 시작한 피티 수업도 용케 일주일에 한두 번 여전히 나가고 있고. 그런데 이게 유일한 작년의 자부심이다.
참 오랫동안 눈만 뜨고 숨만 쉬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다. 돌이켜보면 내내 끔찍한 무기력에 시달려 인풋(웹소설 빼고)과 아웃풋(똥 빼고)이 전혀 없었다. 나는 이 모든 것의 원인을 나에서 찾고 싶지도 않고, 죽고 없는 내 반려동물에게서 찾고 싶지도, 정치에서 찾고 싶지도, 직장에서 찾고 싶지도 않다. 다만 인간이 그냥 그럴 때가 있다고 하고 넘어가고 싶다. 원인을 찾아봤자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미 답을 알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2023년 연말부터 스스로를 주섬주섬 추스르기 시작했다. 좋은 지인들로부터 이럴 때 필요한 건 약이라고 배웠다. 약의 도움을 받아 미래를 희망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기운 차려서 다행이라고 끝맺고 싶지 않다. 그냥 그럴 때가 된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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