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신 힘으로 쓴다.
여포는 아주 사랑스러운 고양이였다. 어떤 점이 그랬냐면 특히 냄새가 그랬다. 배에 코를 박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면 따뜻하고 고소한 코코넛 냄새가 났다. 불행히도 냄새는 사진이나 글로 못박아 놓을 수 없는 물리적인 실체다. 때문에 요즘은 매일매일 자기 전 침대에 누워 여포의 냄새를 떠올리기 위해 애쓴다. 그러면 알게 된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그 기억이 흐릿해지고 있다는 걸. 잡히질 않고 빠져나가기만 한다는 걸.
너무나도 무력하고 비통하다.
자기 전뿐만 아니라 요즘엔 티비를 보다가도 면접을 보다가도 여포 생각을 소스라치게 한다. 사라졌는데 사라질까 봐. 그리고 가끔은 대체 뭘 믿고 이 지경에 오게 된 건지 아연해진다. 왜 먼저 죽을 생명을 그토록 사랑하게 되어버린 걸까, 그러면서 또 왜 잊어버리는 걸까. 누군가에게는 죽을 때 여포가 생각날 거 같다고, (영혼 같은 거 안 믿지만 혹시 모르니까) 다시 볼 수 있을까, 데리러 오는 거 아닌가, 기대할 거라고 말했지만 이제 나는 나를 믿지 못하겠다.
어제오늘은 그동안 잘 먹지 못했던 걸 보충하듯 폭식을 했다. 여포는 죽기 전 한 2주간 사료 40알을 억지로 먹었는데. 배 속에 약만 잔뜩 있었을 텐데, 뭘 잘했다고 나는 우적우적 먹고 있는지, 대체 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지, 내 몸뚱이에 비참했다. 그게 인간이라고 위로해준 사람도 있었지만, 그래도 비참했다. (불필요한 죄악감임을 알아도 어쩔 수 없다….)
이 모든 비참함도 점점 옅어지다 이윽고 사라질 거란 사실에 또 새삼 비참하다.
간절하게 여포가 보고 싶다. 만지고 싶다. 냄새 맡고 싶다. 해소될 방법 없이 천천히 사그라들기만 할 그런 마음들을 계속 견디며 오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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