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대한 최소 편집본

여포 간병 기록

여포가 스케일링을 위해 병원에서 사전 검사를 간단히 했는데 심근비대증 HCM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pcr도 양성이고 초음파 결과도 동일했다. 유전으로 발병하고 치료법도 없다는 병이다. 흔하지만 심하면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콩팥도 한쪽이 비정상적으로 작아져 있어 신부전이 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도 했다. 무엇보다도 단순한 치주염이라고 생각했던 이빨 문제는 사실 치아흡수병변 FORL 그러니까 이가 녹아서 턱뼈에 붙어버리는 유전병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일단 선택해야 했다. 미룰 수도 있었지만 선택지는 같았다. 그러니까 HCM 때문에 전신마취 후 5프로 사망할 확률을 감수하고도 발치를 시킬지. 아니면 그냥 놔둘지. 두 병 다 반드시 진행될 수밖에 없는 병이다. 게다가 후일 HCM이 더 진행되면 전신마취 위험성이 더 커진다. FORL이 이빨 문제니까 심해져도 죽지는 않을 거라고 발치를 포기하기에는 나중에 너무 아파지면 식사를 거부하다 죽기도 한단다. 그리고 사실 여포의 신경 상태를 보건대 그동안 많이 아팠을 거라 한다….

사라지고 싶었다. 왜 여포 입냄새를 맨날 맡으면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을 안 했을까. 초음파 검사는 왜 안 시켰을까. 조금 더 젊었다면 더 안전하게 발치할 수 있었고 그동안 여포는 고통 받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엉엉 울면서 그럼에도 지금 발치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나라면… 굶어 죽을 때까지 식사를 안 할 만큼의 고통을 참으면서 사는 것보단 수술해서 단 며칠간이라도 고통을 느끼지 않은 채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포를 잃을까 봐 너무나도 두려웠지만 내가 우물쭈물하다 이도저도 안되는 사태가 더 최악이었다. 정말 여포의 의사를 물어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막중한 선택이었다…. 감당하고 싶지도 감당할 수도 없는….

수술은 예상보다 오래 이어졌다. 의사 선생님이 한 시간 반 예상하고 들어가셨는데 두 시간 반쯤 이어졌다. HCM 특성상 마취 상태에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심장에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오고 깨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아 더욱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집에서 대기하는데 여포가 없는 집이 너무나도 적막했다. 누구든 부디 저를 불쌍하게 여겨 살려주세요. 라는 기도가 절로 나왔다. 나중에 알았는데 수술이 길어진 이유는 마취하고 방사선을 찍어 보니 송곳니와 앞니 뺀 나머지는 다 녹기 시작한 상황이었고 그 이빨들을 다 제거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잘한 결정이었지만 15세 노묘에게는 너무 엄청난 대공사였다. 수술 사진 보는데 피가 엄청나게 났다. 진짜 죽을 수 있었겠다 싶었다.

그리고 여포는 마취 상태에서 잘 깨어났다. 폐에 물도 차지 않고 양호한 상태로. 그때 느낀 안도감이란…. 수술 들어가기 전에 의사 선생님 붙잡고 간절히 말했었다. 이런 말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얘가 제 생명이에요. 그게 전달됐을까 길다고 생각한 그 수술 시간은 마취 후 방사선검사 스케일링 전발치까지 했다는 걸 감안하면 아주 빨랐던 것이었다. 말 그대로 의사 선생님은 생명의 은인이셨다. 함께 여포의 무사함을 기원해준 사람들에게도 정말 감사했다. 이렇게 빚지고 살고 있다….

현재 여포는 집에 돌아와서 밥도 물도 잘 먹었지만 아직 힘이 없다. 그래도 배를 쓰다듬으면 마지못한 듯 골골소리를 내 주는 걸 보니 순조롭게 회복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 언젠가 너는 죽고 나도 그렇겠지만… 지금은 아니야.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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