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대한 최소 편집본

더 월드

종종 살아있다는 감각에 소스라친다. 그러지 못할 때 죽어가듯 둔해진다. 어떤 날은 고요한 만원 지하철에서조차 감각 중추가 올올이 서버려서 너무 살아있다고 느끼지만 어떤 날은 내 두 발로 햇볕 아래서 땀 흘리며 걷고 있는데도 전신에 부연 막을 두른 듯 비현실적이다. 어느 날에는 종이에 손을 베이면 톱으로 썰린 듯 고통스럽지만 어느 날에는 스친 것 같지도 않다. 기분의 차원이 아니다. 요샌 감정기복이 별달리 크지도 않다. 단지 감각, 주로 현실감이 차원을 넘나든다. (드디어 미쳐 가나?) 이 정도 차이면 분명 과학적 검사를 통해 증상을 발견하고 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마음 먹기 나름이라고 치부하기엔 격차가 꽤 크다.

인셉션 주인공이 지금 꿈인지 아닌지 판별하기 위해 가지고 다니는 팽이처럼 그런 내 세상에서 닻은 오로지 여포뿐이다. 가만히 앉아 여포의 털을 문지르고 있다 보면 따듯한 현실에 가닿는다. 그 온도가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 적절한 균형 상태로 나를 인도해 이윽고 졸리게 만든다. 꿈도 꾸지 않는 숙면 와중에 꼭 한번씩 파드득 깬다. 몽롱한 좀비처럼 미끄러져 찬물을 들이켠 후 여포를 껴안아 본다. 성의 없게 버둥대는 고양이의 육체가 정신을 빠르게 가라앉힌다. 다시 잔다… 와 같은 패턴이 요 근래 특이 사항이다. 문득 기록해놓자 싶었다. 불편하거나 두렵거나 우울하거나 그런 건 아닌데 너무 극단적인 세계를 오가다 보니 좀 수명이 줄어들 거 같은 느낌이다;

아 그리고 루꼴라 고수 당귀 로메인 작약 철쭉 라일락 모종 다 심었다. 밤이라 옥상 텃밭 사진은 못 찍었다. 주말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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