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대한 최소 편집본

벌써 노안이 왔다네

어제 퇴근길에 회사 분께 추천 받은 안경원에 들렀다. 올해 들어 시야가 유독 흐릿하고 침침하길래 첨엔 피로 때문이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급기야 넷플릭스 자막이 잘 안 보이기까지 해서 당분간 티비 볼 때만이라도 안경을 써야겠다 싶어서 간 거였다.

의외로 젊은 여성분이었던 안경사님은 아주 섬세하고 전문적인 시력 검사를 마친 끝에 고객님 노안이 시작되셨어요 라고 말해주셨다… 당장 필요한 안경은 멀리 있는 대상을 뚜렷하게 볼 수 있는 안경이겠지만 검사 결과만 놓고 보면 다초점이나 근시용 원시용 두 개 안경이 필요한 상태라고. 뭔가 노후화(???)로 안구 탄력성이 줄어 초점 전환하는 게 수월하지 않다고 했다. 아 왠지 책상에 바짝 붙어 교정지 보다가 모니터로 시선을 주면 이상하게 흐릿하더라니… 이 나이에 노안이라니 좀 기막히긴 했지만 구매한 안경이 너무 예뻐서 금세 마음이 좋아졌다. 정말 예쁘다.

과장 좀 보태면 보석 같은 자태

불안해야 할까! 가진 재산은 몸밖에 없는데 벌써 이토록 요란하게 삐걱거리고 있으니… 스스로가 얼마나 몸을 학대했는지 돌아보면 이 정도는 감지덕지해야 하는 수준임을 안다. 조상님들 튼튼한 몸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낭비하겠습니다…!)

이것도 조상님들 덕인지 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타고나기를 운이 좋은 편 같다. 타고난 성향 역시 가끔 영역동물처럼 공격적이 될 때도 있으나 특출나게 엇나가지는 못하는 편이다. 스스로는 그냥저냥 무난한 성향이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검사를 해보면 그 인식과는 상당히 괴리된 결과가 나온다. mbti 검사의 경우 중학교 때 청소년 문화센터에서 받은 것부터 회사에서 정식으로 받은 것, 인터넷에서 재미 삼아 했던 것들까지 늘 확고하게 E(I)NTP 라는 결과를 내놓는데 캐릭터가 너무 뚜렷하고 강해서 정말 내 성향이라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성격 유형이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반드시 극단적 일반화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예인 듯…)

생각난 김에 스크린샷 앨범을 뒤져봤다. 그동안 별 이상한 테스트 많이 했다. 대부분 결과는 비슷하다. 주로 진취 열정 이런 것들…

언제 어떻게 천성(?)을 거스르고 무난히 살게 되었을까. 추측컨대 제대로 자의식이란 게 형성되던 시절부터 ‘나는 언젠가 대단한 사람이 될 거야’ 하는 욕망이 스스로를 피곤하게 하리라는 걸 직감하고 그 욕망을 안 가지려 노력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어떤 성향이든 평평하게 눌러지는 억제 효과가 생긴 게 아닌가 싶다.

결론은? 음 뭐 끝까지 감사히 살아야지 방법이 있나. 감사할 일은 이미 벌어져버렸는데. 여러 모로 하루가 다르게 버거워지는 몸뚱이라도 잘 어르고 달래고 질질 끌어서 하루하루 다채롭게 펼쳐지는 고난에 던져 넣는 짓도 뭐 한 번이니까 해볼 만하지 않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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