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싫은 사람은? 하고 누가 물어보면 이제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거짓말쟁이요. 이게 또 얼마 전 정리된 명제다.
참 이 나이 먹도록 친구와 술 마시면서 이상형 얘기나 하고 있을 줄은 10년 전에는 몰랐다. 당연히 몰랐겠지… 한참 이성에 한정 짓지 않은, (그리고 굉장히 음으로 수렴하는) 이상형 월드컵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결국 또! 또! 싫어하는 사람 유형을 더 잘 알게 되어 버렸다. (왜 결말이 항상 이 모양이야)
왜 유달리 거짓말쟁이가 싫은 걸까. 속는 게 싫어서 그런가? 속는 거야 뭐 썩 유쾌한 일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아직까지 큰 사기를 안 당해봐선지 막 진절머리나게 싫다는 느낌은 아니다. 누군가 날 속였다는 걸 알았을 때는 ‘헐’ 했지만 금세 잊었던 거 같다. 별 의미 없는 사람이 그랬을 땐 화 나기는커녕 순수하게 감탄하기도 했다. 솔직히 그런 경우 끝까지 모르고 있을 수만 있다면 속든 말든 별 상관 없당.
그러니까 싫은 건 거짓말 그 자체가 아니라 거짓말쟁이다. 좀 동어반복이긴 한가. 결국 내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관계를 맺고 살고 싶은가와 밀접한 문제이다. 주변의 사람을, 정확히는 그 사람의 말 마디마다 진위를 의심하며 살고 싶지 않다. 지금은 아주 연약해도 시간이 지나면 우리 사이에 어떤 멋진 게 쌓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고 싶다. 그런데 거짓말쟁이라면 뭐 시작부터 게임 오버다. 서로의 의사를 조심조심 확인하며 단단한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 나가 함께할 집을 용케 지어내는 데까지 갔어도 아주 조금의 실수로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 판에, 어떤 게 공갈인지 모르는 벽돌들을 가지고 하하호호 관계를 쌓는 척하면서 혹시나, 혹시나 시간이 지나면 마법처럼 괜찮은 집이 생겨 있지 않을까, 그런 요행을 바라는 일? 정말이지 조금이라도 인생을 아낀다면 그렇게 냅두면 안 된다. 아님 깔끔하게 노마드로 살겠다고 포기하거나.
물론 나는 절대 그 희망 없이는 살지 못하는 피곤한 인간이기 때문에 포기가 안 된다. 그렇기에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택한 생존전략은 일단 먼저 믿자는 거다. 믿음이 믿음을 부르는 거기도 하니까… 상대에게 뭔가 수상쩍은 기색이 있어도 들추지 않고 흐린 눈으로 지나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물론 그래봤자 눈 가리고 아웅이다. 결국 직시하고 함께 힘을 합쳐 의심과 기만이라는 잡초를 뽑아내고 새로 토대를 다지지 않으면 자꾸 그 잡초가 눈에 밟히고 비슷한 잡초는 자꾸만 솟아나기만 하고… 상대 입장에서도 당연한 게, 애초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에게 스스로를 내보이고 증명하면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애쓰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계약상의 갑을 관계가 아니라면…
어머나 시간이 벌써 오전 네 시를 훌쩍 넘었다. 자야 하는데 잠이 올까. 요새 단축근무 중이라 아침에 더 잘 수 있어서 넘 좋아. 언제나 그렇듯 의식의 흐름 용두사미 일기… 뭐 돈 받고 하는 일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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