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대한 최소 편집본

파는 언어

요 근래 직장 일과 가족 사업을 위해 파는 언어를 끊임없이 생산해내야 했다.

파는 언어란 이를테면 재래시장에 가면 들을 수 있는 “오늘 갈치가 아주 싱싱해요, 한번 보고 가”와 같은 것이다. 재래시장의 경우 갈치를 사러 온 사람이 바로 갈치가 어떤지 보고 사 가는 곳이기 때문에 그 정도의 파는 언어만으로도 충분히 갈치를 팔 수 있다. 사실 가게 입지라든가 거래하는 도매상이라든가 하는 요인이 그 언어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온라인에서 파는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온라인에서의 파는 언어는 재래시장의 그것보다 더 자극적이거나 더 치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그 언어로 큰 목적 없이 떠돌아다니고 있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후 단기간에 신뢰를 획득해 돈을 쓰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오게 되는 말들이 “오늘 갈치 구웠는데 대박~! (사진)” 혹은 “구매자 만족도 95%!! 최고 맛있는 갈치” 이런 것들이다. 홈쇼핑에서 쇼호스트들이 쓰는 언어와 비슷하다. “주부님들 지금 보고 계시죠? 딱 열두 시까지만 이 가격에 드려요!”

온라인의 파는 언어에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파는 언어로 소통하는 데에서 안정을 느낀다는 점이다. 판매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구매하는 사람도 파는 언어에 대응해 자기 말을 하는 데 굉장히 익숙한 것 같았다. 생각보다 많은 홈쇼핑 쇼호스트들과 프로 쇼퍼들이 생명력 있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진지한 신뢰와 친애를 교환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한국의 온라인 공간을 조금만 돌아다녀 보면 독백을 하거나 중얼거리거나 욕하는 게 아니라 대화를 청하는 형식의 언어를 구사하는 이들은 대부분 상품이든 서비스든 그 자신이든 뭔갈 팔아보려고 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특정 주제로 뭉친 커뮤니티를 제외한다면) 지금 누군가에게 말 걸기 위해 노력하고 반응을 얻어내는 데 성공하는 이들은 그들뿐인 것 같다.

원래부터 모든 대화는 파는 언어의 문법과 다르지 않았던 걸까 아니면 파는 언어만이 그 문법을 간직하고 있는 걸까, 파는 언어를 싫어하거나 하찮게 여기는 건 아니지만 그냥 상품을 매개로 하지 않는 언어로 온라인 소통에 성공할 때가 종종 있으면 좋을 것 같긴 하다. 예전에 온라인 게임 할 때는 그럴 수 있었던 거 같은데… 이제 온라인 게임하기엔 순발력이 없고 무엇보다도 요즘은 파는 언어를 흉내내기에도 벅차서 온오프라인 통틀어 그 외에 다른 대화를 시도한다는 게 피곤하기만 하네… 여전히 사람을 만나면 좋지만 대화에 집중이 잘 안 돼서 미안하고 씁쓸하고…

아무튼 글쓰기 모임에 가져간 중얼중얼을 좀 정리해서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했는데 역시나 힘이 빠져서 마무리를 못하겠다… 좀 추워지면 나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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