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가까운 도서관에 가서 회원으로 등록했다. 이 동네로 이사온 게 재작년인데 여적 도서관 한번 못 오고 참 여유 없이 살았다 싶다. 물론 쉰다고 책 맘껏 읽으러 도서관부터 들른 나도 어지간하다 싶고…
도서관은 생각보다 작았고 눈에 잘 띄지도 않았다. 주민센터 건물 4~5층에 세들어 있어서 첨엔 도서관 입구인줄 모르고 지나쳤을 정도였다. 그런데 막상 내부는 그런 희미한 존재감과 정반대 모습이었다. 아주 열람실 입구부터 안쪽까지 사람들로 바글거리고 있었다. 사서들이 어떻게든 공간을 확보하려 노력했던 듯 구석의 구석까지 의자가 있었는데도 앉을 자리가 없었다. 평일 두 시라는 걸 고려했을 때 굉장한 인구 밀도였다. 그리고 그 인구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건 할아버지들이었다. 대다수가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느긋하게 신문을 보거나 태평하게 졸고 있는… 나는 신중하게 고른 책 다섯 권을 껴안고 한참동안 열람실 안을 서성였지만 그 누구도 일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오랜만에 닥치는 대로 책 읽으리란 기대에 조금 들떠 있었던 터라 돌연 짜증이 났다. 저 노인들이 하릴없이 자리를 차지해서 정작 책을 읽고자 온 사람들이 앉을 자리가 없다! (결국 보다 못한 상냥한 사서님의 안내를 받아 어린이 열람실에 눈치 보며 쭈그려 자리 잡았다.) 아무튼 이렇게 공격적인 마음을 품은 것도 잠시, 다행히도 마음속 소중한 피씨함(!!!)이 작동했고 생각을 고쳐 먹었다. 하긴 저분들도 오죽 갈 곳이 없었으면 여기 와서 시간을 죽이고 있겠나. 바깥에 있기엔 좀 추운 날이기도 하니까. 문제가 있다면 도서관을 코딱지만하게 만들어놓은 구청에 있겠지. 사실 도서관이라는 게 책 냄새 맡으며 조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신문 보는 사람도 누군가와 모여서 수다를 떨 수도 있는 곳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다가 문득 걱정하기엔 좀 이르긴 해도 남는 게 시간이고 해서 늙으면 뭘하며 지낼지 상상해봤다. 그런데 너무 까마득했다. 만약 돈이 많은 상태로 늙는다면 사실 별 문제 없다. 취미나 경험을 사서 즐기거나 그게 아니라도 뭐든 소비하는 걸로 낙을 삼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아마 나는 높은 확률로 돈이 없는 노년을 맞이할 것이다. 그런 내가 과연 죽을 날만 기다리며 살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 휴가야 이례적인 기간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고 그래서 이 스케줄 없는 삶을 충만하게 보낼 수 있다지만 (돈은 지금도 없다.) 과연 언젠가 찾아올 지독한 무료함을 고통스럽지 않게 견뎌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돈 없이도 이런 저런 것들을 적당히 기웃거릴 수 있는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소중하다는 새삼스런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나의 원활한 노년을 위해 도서관과 그 도서관을 채울 볼만한 책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어제 오늘 이동에 드는 돈을 줄여볼 겸 동네 구경도 할 겸 한참을 추운 바람을 맞으며 동네를 쏘다녔더니 피부가 다 뒤집어졌다. 이 몸뚱어리는 주제에 예민도 하지. 벌써부터 이래서 남은 세월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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