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쓰기 수업에 등록하면서 얼떨결에 글쓰기를 잘해보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심지어는 온라인에서 모집 중이던 글쓰기 모임에 충동적으로 가입 신청해 첫 모임을 마치고 왔다. 모르는 사람끼리 모여서 각자를 소개하는 자리는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조금 괴로웠다. 첫 만남이니 당연할지도 모르겠지만 건네는 말들의 대부분이 서로의 과녁에 가닿지 않고 어색하게 빗나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게 되었다. 순간 후회했다. 내가 왜 어울리지 않게 글쓰기를 하고 싶어졌지.
기억나는 한 글쓰기를 엄청나게 잘하고 싶었던 적이 거의 없었다. 까마득한 옛날에 대입 논술고사를 준비하던 때 이후로는 그런 마음을 품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근 7년여 출판사에서 일하며 글과 가까이에서 살아 왔는데도 그랬다.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게, 글쓰기를 자기표현의 일종이라고 한다면 애초에 나는 글쓰기에 관심이 없을 법한 사람이다. 언제나 무리에서 가능한 도드라지지 않는 게 목표였고 자연히 자기표현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이 자기표현을 꺼리는 마음을 겸손함이라고 자부하지까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드러내고자 아등바등하는 이들을 희미하게 조소했던 적은 있었다. 그런데 아까 글쓰기 모임에서 돌아오는 길에 퍼뜩 생각했다. 얼마나 오만하면 그토록 가까이에 있는 글조차 잘 쓰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자기표현은 단순한 과시욕에서 출발하건 생물학적 본능에서 비롯되었건 어쨌든 결과적으로 다른 이의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행위이다. 누군가에게 공감을 얻거나 비난을 당하거나 심지어 누구나 할 수 있는 물렁한 자기표현이라 패싱될 수도 있음을 감내한 결과이다. 게다가 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는 이러저러하게 생각한다고, 내가 원하는 건 이러저러하다고 구체화해야 한다. 글쓰기는 윤리적이다. 아무도 그래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음에도 나의 욕구와 관심을 나태하고 막연하게 놔두지 않고 직면하는, 그러니까 용기를 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울리지 않게 글쓰기에 관심이 생긴 이유는 무의식적으로 근래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점점 고루한 노인이 되어 가는 것 같아서, 스스로를 속이는 게 습관이 될 것만 같아서. 새로운 모임에 가입하고 낯선 사람을 마주하는 건 조금 힘들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큰 틀에서는 글쓰기에 수반하는 당연한 피곤함일지도 모르겠다. 글쓰기 숙제로 무엇을 써야 할지 일주일동안 내 안에 옹송그리며 고민해왔던 게 우습게도 집 밖으로 나가니까 금세 글감이 생겨버린 것처럼. 뻔한 결론이지만 당분간 용기를 내서 가능한 첨예하게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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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이자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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