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정에 집에 갔을 때 외할머니의 반지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할머니는 여든 살이 다 넘어서야 돌아가신 할아버지에게 처음으로 반지를 받았다고 한다. 이미 혼인하고 한 동네에 정착해서 50년이란 세월을 보내 온 시점이었다. 결혼하고 임자에게 반지 하나 못해줬다며 어느 날 갑자기 동네 금은방에서 반지를 사와 내미셨다는 할아버지는 남는 시간마다 폐지를 주워서 반지 살 돈을 마련하셨다고 한다. 키로당 100원이라고 쳐도 대체 폐지를 얼마나 팔아야 그 돈을 마련할 수 있었을까.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반지가 뭐길래. 한창 아팠을 고장난 다리를 끌고 새벽의 한강을 헤매고 다녀야 했을 할아버지를, 쭈뼛대며 반지를 골랐을 그 심정을 나는 감히 이해할 수가 없다. 평소에는 필사적으로 회피하는 멋대가리 하나 없는 신파 조 이야기인데 자꾸만 이 이야기를 해주던 할머니의 얼굴, 떠난 할아버지를 고통스럽게 그리워하는 그 표정이 떠오른다. 할머니 나는 그렇게 무겁게 살지 못하는데요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저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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