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대한 최소 편집본

손 안 대고 더러운 것을 치우고 싶은 마음

서울역 고가 아래, 도처의 공원 벤치 등에는 각자 모양은 다르지만 노숙인이 눕지 못하도록 울퉁불퉁하고 뾰족한 구조물이 솟아 있다. 그 풍경을 무감하게 흘려보내왔는데 최근 갑자기 현기증 나게 화가 치밀었다. 아마 이 구조물의 설치도 어떤 보통의 사람들이 이뤄낸 업적이겠지. 어떤 누군가 노숙인들이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치워야 할 이물질로 여겨서 숱한 점잖은 논의와 입찰을 거쳐 마련한 구조물이겠지. 그 일련의 절차가 있었음을 도대체 견딜 수가 없었다. 악의라기엔 너무 성의가 없고 도시재생이라기엔 그 풍경에서 가벼이 지워진 생의 무게에 분노가 인다. 왜 자꾸 뭉개는가 사람을. 어느 날 갑자기 자라난 매끈한 돌기들, 그 끔찍한 돌기들을 도저히 용인하고 싶지 않아졌다. 을지로 청계천 가만 놔둬라 못된 인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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