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대한 최소 편집본

존경하는 사람들 1

존경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싫어하는 사람만 너무 주목했던 거 같아 최대한 누군지 추측 가능한 단서를 제외하고 생각나는대로 적어보려고 한다. 어디에서 그칠지 모르겠지만…

A.

내가 아는 누구보다도 사람과의 관계를 좋아한다. 직관력이 뛰어나서 분위기를 읽는 데 능한데다가 유머러스해서 늘 고강도 감정노동을 베푸는 처지에 있지만 그런 자신의 처지에 연민을 느끼지도 않는다. 자신이 사람과의 관계를 지나치게 좋아하기 때문에 감수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 어떤 내용이 됐든 사람의 진실된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한다. 자신에게 건네는 이야기라면 뭐든 무시하지 못하고 절대적으로 그 사람의 편이 되어 듣는다. 때문에 누군가 간곡히 부탁하면 웬만해서 외면하지 못한다. 과거에는 많았을지도 모르겠지만 현대 한국에서는 멸종위기종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다…

B.

하나에 꽂히면 열심히 생각한다. 아주 집요하게 하나의 생각을 몇 달에 걸쳐서라도 논리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줄 안다. 그 생각을 전개하는 데 상식 또는 권위 있는 텍스트 같은 레퍼런스가 없다. 텍스트를 참고하지만 의탁하지 않는다. 이해되지 않은 바를 애매하게 놔두지 않는다. 본인에게도 평등하게 적용되는 기준이기 때문에 결국 스스로 만족할 만한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지치곤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깊은 곳에 이른다. 보통 일상의 사소한 균열에서 시작해 근본적인 성찰로 깊어지는데, 거기까지 나아가는 근거와 논리가 모두 본인의 것이기에 대다수가 수렴하고야 마는 통속적인 그림을 갖게 되지 않는다. 섬세하고 강렬한 자아를 지닌, 어떤 부류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이다.

C.

늘 자신이 가질 수 있는 것들을 가지지 않기를 선택하고 마는 선한 사람이다. 충분히 강자가 될 수 있음에도 언제나 약자의 편을 든다. 공감능력이 뛰어나지만 자신의 공감을 섣불리 표현해 드러내기보다는 조심스럽게 배려하는 편을 택한다. 조용히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고 모두가 외면한 일을 한다. 사명감 때문도 아니고 시혜적 동정에 의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그냥 그렇게 하는 사람이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늘 자기의 안위가 가장 마지막 고려의 대상이며 그 점을 신경 쓰지도 않고 전시하지도 않아 누군가 치하할 여지를 주지도 않는다. 이 소란스러운 경쟁사회에서 조용하게 멸종될 품위 있는 사람이다…

D.

안쓰러울 정도로 성실하다.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서 정보 처리량이 많고 속도도 빠르다. 배운 것을 토대로 모든 일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한다. 모르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논리적인 구조를 갖춘 의견을 유연하게 받아들인다. 모든 사람을 주체적인 존재로 간주하고 대화하고자 시도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에게도 남에게도 회의적인 태도를 견지하는데 그 태도가 냉소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인간에 대한 순수한 기대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느껴진다. 녹록치 않은 환경 속에서 근원적인 순수함을 계속 회복하는 정신력이 대단히 강한 사람이다.

E.

통찰력이 너무 뛰어나서 흡사 미래를 예측하는 듯하다. 어디에서나 그 통찰력을 바탕으로 사려 깊은 조언자가 되어 준다. 대화의 리듬에 맞춰 적절하게 개입하고 이끌어가는 기술까지 빼어나다. 일상적인 언어로 함께 있는 시간을 의미 있는 서사로 만들어내는 구성력도 있다.인격적으로 완성되어 있는 사람이다. 포기할 부분은 빠르게 포기하지만 유치하다고 여겨질 법한 특정 가치들에 한해서는 굳게 옹호하는 낭만적인 면모가 조화롭게 병존하고 있다. 현실적이면서도 꿈과 희망을 믿는 삶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려줬다.

F.

뭐든 뚝딱 해낸다. 요리를 포함해 남을 대접하는 갖가지 재주가 많다. 많이 주려고 하고 당연히 상대가 그만큼 줄 거라고 믿는다. 확실한 인생 계획 하에 살고 있지만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는 유연한 마음이 있다. 진심 어린 칭찬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다. 그 칭찬에 책임을 진다.

G.

웃는 얼굴로 세상의 더러움을 중화시키는 사람이다. (끝)

H.

책을 만들어준 천사. (끝)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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