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겠고 모든 곳에서 어색하다. 모든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어쩌다 이런 불안정한 상태가 되었을까.
- 학생 때는 얼른 임노동을 하고 싶었다. 임노동을 시작하면 자동으로 노동자 정체성을 획득하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과거 선배들이 악전고투 끝에 획득한 노동자 정체성은 아무 노력도 없이 그냥 물려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 선배들의 악전고투가 지금의 나에게 최소한의 안전망이 되어주고 있지만, 내 정체성은 내 실제 경험을 근거로 새로이 구축해야 하리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이해하게 되었다. 사실 정체성은 어딘가에 의탁할 수 없는 일이다. 종교적 믿음이 아니고서야. 하지만 나의 노동이 구축할 만한 가치가 있는 노동인가? 뭘 하겠다고?
- 상해는 크고 자신만만했다. 어떤 콤플렉스도 없어 보였다. 규모라는 건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명징한 실체라 쉽게 납득할 수 있게 되고 결국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고픈 유혹이 듦.
-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다. 요즈음의 남북관계를 보면 아닌 척 하시면서 얼마나 들떠 하셨을지. 하지만 보고 싶다고 내세를 믿지 않아야지. 친구가 죽기 전 귀찮아서 미룬 전화를 걸었어야 한다고 자꾸 자책을 해야지. 되새겨야지. 죽으면 끝난 거지. 살아있을 때 잘했어야지. 잘못한 건 영원한 잘못으로 용서받을 수도 없이 끝나는 거고. 위로받고 싶지도 자위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도 않다. 죽은 사람들에게 못해준 일들이 너무나 가슴 아프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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