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쏟아지는 뉴스들은 보고 있기만도 너무 괴롭다. 오늘도 망연히 뉴스를 보다가 가슴에 욕이 물밀듯 차올라서 잠시 멈춰서 숨을 골랐다. 현기증 때문인지 이명 같은 삐 소리가 난 것 같기도 했다.
요즘 이런 식으로 화가 치솟곤 하는데 그 화가 사그라들며 찾아오는 무력감을 떨치고 싶어서인지 종종, 아 태어난 마을이 세계의 전부였다던 중세 유럽인으로 살고 싶다!는 오래된 상상을 하게 된다. 애초에 일개인의 신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보량과 자극만 있었던 시대, 최소한 베토벤 교향곡이 충격적으로 느껴졌던 시대라면 지금보다는 덜 불행하지 않을까… 자국 식민지에서 국가와 신의 이름으로 행해졌던 수많은 학살을 평생 모른 채로 죽을 수 있었던 (사실 선택할 여지 없이 그렇게 사는 수밖에 없었던) 유럽의 어느 신실한 농부가 되고 싶다 등등…
하지만 당연히 불가능하다. 혹시나 신이 있어서 너 중세인으로 살고 싶다며? 소원 들어줄게 이러면서 나타나기라도 하면 나는 아마 곧바로 죄송해요 ㅠㅠ 그냥 해본 말이었어요 제발 인터넷 되는 곳에서 살게 해주세요 ㅠㅠ 이럴 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사실은 절대 현대문명을 포기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중세인 운운하는 건 뭐 별 영양가 없는 망상이거나 현실도피에 불과하다. 솔직히 평소 사고 흐름은 그러면 뭐 어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얼마 없는데 내 마음이라도 마음대로 해보자 좀. 이것에 가깝지만 흐릿한 이성이 이렇게 망상과 도피만 일삼다가 결국 주류 계층의 지배력을 공고하게 만드는 데에 기여하는 결과를 낳을 거라고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취향인가…)
뜻밖에 요새 나의 가장 큰 화두는 다시 계몽과 근대성이다… 하……., 아무래도 업무 때문에 촉발된 게 클 텐데… 그래도 공교롭게도 꽤나 해묵은 주제니까… 많이들 그렇겠지만… 고등학교 때 허세로 읽어 보낸 책 중 하나인 계몽의 변증법이 십몇년 흘러 돌고 돌아와 이젠 제대로 읽어내라고 요구하는 느낌마저 든다. (차마 아직 들춰보지 않았지만…)
대표적으로 휴머니즘처럼, 이 사회를 지탱하는 지적 정치적 근본 원리는 부르주아의 필요에 조응해 발명된 계몽적 기획의 산물이며 더욱이 그 과정에서 여성은 거의 고려되지 않거나 비교항 쯤으로 여겨졌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태생이 그렇다고 모든 계몽적 기획의 폐기를 응원하고 싶지 않다. 그건 어떤 느낌이냐면 대체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지 모르겠으니 지금까지 공들여 쌓은 거긴 하지만 깔끔하게 포기하자! 같은 느낌이라 좀 아깝다. 왜냐하면 계몽적 기획들이, 근대성이라는 토대가 무화되면 가장 피해가 클 사람들이 현재의 비주류 계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미 실질적인 물리력이나 자본력을 확보한 주류 계층이야 그냥 힘으로 밀어붙이면 되니 종국에는 명쾌하다고 좋아하지 않을까… 아무튼 그동안 비주류로 여겨져왔던 사람들이 계몽적 기획을 전유하기를, 그리고 그 힘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눠 가졌으면 하고 바란다. 아 또 구구절절 길어졌다. 핸드폰을 끄면 잠을 청해야 하는 게 싫어서 또 너무 거창한 데까지 나아간 거 같은데 ㅠㅠ 병이다… 병…
그냥 정말 정말 다 떠나서, 지금 누가 죽어가고 있다는데 고작 내 마음이 피로하다고 눈을 감아버리면 너무한 거 아닌가. 모르면 몰랐지 수많은 착취로부터 이룩한 빛나는 지금을 누리고 있으면서 그 착취의 일부 단면조차 오롯이 직시하려고 들지 않는 건 뭐랄까 너무 파렴치하지 않는가. 내 재미는 한없이 가볍게 할리우드까지 뻗는 이 마당에… 그동안 외면해 왔던 피해자의 필사적인 호소를 마주하게 되었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스스로의 혼돈과 분노, 이명……… 이 정도는 책임져야 한다.
나의 iPhone에서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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