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하면 다시는 안 얽히려고 했던 사람에게 자발적으로 화해(???)를 청하러 만남을 가졌다. 자존심 상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처음부터 자존심 때문에 그를 보지 않으려던 건 아니었고, 게다가 상할 자존심이 있었다면 이미 그와 문제가 생기기 전에 다 상했을 것이다… 그를 보지 않기로 한 이유는 간단하게 ‘얼마나 이 사람이 내 직업을 우습게 보면?’ 이런 거였다. 명백하게 심한 말을 듣고서도 사과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그대로 어물쩍 넘어가주면 내 직업을 그와 같은 사람들이 함부로 대해도 되는 직업이라고 인정하는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선배들은 바로 그 샌드백 역할이 이 직업의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하지만… 그건 너무 자기비하 같다.
그런데 간과한 게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나와의 문제 때문에 지금 그와 일하는 사람들의 업무 진행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던 것이다. 끝까지 책임지지 못해 미안했고 일이 지연되는 게 아까웠다. 만약 내 자신에게 확신이 좀 더 있었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좀 더 버틸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판단이 옳다고, 그래서 당신들이 피곤함을 감수해줘야겠다고 끝까지 주장할 용기가 없었다. 사실 그와 관계가 틀어진 시점에 아예 일을 그만뒀어야 옳았는데… 아무튼 이번에 그러지 못한 수습을 하기 위해 그를 만난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그는 나름대로 조심하는 게 보였고 무엇보다도 당시 내게 심한 말을 내뱉을 정도로 몰린 상황이었다는 점을 어필했다. 그 부분에선 확실히 내가(회사가…) 잘못이 있었기에 다시 죄송하다고 했다. 아무튼 막말에 대한 확실한 사과를 받지는 못한 채로, 그때 일은 너도 나도 잘못했으니 이 정도에서 정리하고 앞으로 잘해보자, 수준으로 봉합이 되었다.
참 찝찝하다. 근래 찝찝한 일이 많다. 옳다고 생각해서 행했다가 그 행한 게 이상한 데로 불똥이 튀어서 수습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늘 이론은 깔끔한데 현실은 혼돈에 있다. 인간과 인간세상은 겪으면 겪을수록 예상보다 비합리적이고 대충대충이고 속물적이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싫건 어쨌든 나는 무균실이 아니라 그 혼돈의 인간세상에서 살아가니까. 그동안 옳다고 생각해서 행했던 모든 것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 옳은 걸 관철해내는 방식이 너무 기계적이고 근시안적이었던 게 아닐까 돌이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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