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야시시한 꿈도 꿨던 거 같은데 요새는 그냥 일상적이거나 공포스러운 꿈만 꾼다. 이를테면 일하는 꿈. 꿈에서 일하면 너무 슬프다. 일어나면 출근해야 하고… 고소공포증이 있어서인지 종종 유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추락하는 꿈을 꾸는데 이런 꿈을 꾸고 일어나면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있다. 잠을 잔 거 같지도 않고 하루가 힘들다.
오늘도 귀한 휴일의 서두를 악몽으로 열었다. 낯선 시골로 여행 가서 밤중에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가는데 사실은 그 택시기사가 사이코 살인마…라는 내용의 꿈이었다. 택시기사가 숙소에까지 쫓아와서 비릿한 미소를 짓는 걸 보고 새벽에 화들짝 놀라 일어났는데 등이 오줌싼 것처럼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이건 확실하게 원인을 알 수 있는 악몽이다. 아마 얼마 전의 경험이 반영된 꿈일 테니까.
지난 목요일에 일 관계로 특강을 다녀왔다. 집에 돌아올 때는 저녁 열 시가 다 되는 시점이고 좀 피곤하기도 해서 경복궁 부근에서 택시를 탔다. 타고 오는 와중에 택시기사가 말을 자꾸 시켰는데 그땐 별 이야기 아니었다. 날씨가 좀 따뜻해졌다 같은 거였다. 적당히 네… 그렇죠 하고 대꾸했던 거 같다. 그런데 문제는 내릴 때 일어났다. 택시에서 돈을 지불하고 내리는데 택시기사가 “아가씨” 하더니 갑자기 핸드폰으로 사진을 툭 보여주는 것이었다. 무심코 봤더니 나ㅎ아 닮은 어떤 남자가 바지를 벗고 있는 사진이었다. (차에서는 탈 때부터 계속 나ㅎ아 노래가 나오고 있었음.) 순식간에 지나가서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성기가 노출돼 있었던 것 같다. ㅅㅂ… 당황하면서도 내리던 와중이라 내렸고 내가 내리자마자 택시는 쏜살같이 쌩 멀어졌다. 경황이 없어 차 번호도 못 봤다.
당시에는 뇌가 조금 고장이 났었는지 멍했다. 충격은 그날 이후 사건을 곱씹으며 천천히 왔다. 무엇보다 나 같은 일을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당했고 당하게 될까 생각하니 비로소 눈물이 날 정도로 분노가 일었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너무나도 억울하다. 그 택시기사는 잠 잘 자고 있을까? 왜 악몽은 피해자만의 몫인지!! 왜!!!
내가 겪은 상황은 모든 여성들에게 일상적인 상황이다. ㅅㅂ 공포가 일상이라니! 일상이 공포라니! 다시금 여성이라는 이유로 폭력의 피해자가 되어 버린 모든 사람들에게 굳은 연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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