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대한 최소 편집본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

대학을 나와 대략 5년간 사람들과 함께 어떤 목적을 위해 노력하는 일을 해 본 결과 자신 외에는 애정을 가질 수 없는 사람과는 일을 진전시킬 수가 없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었다. 최소한 아래 세 가지 중 하나는 있어야 그걸 기반으로 어딘가를 향해 더디게라도 나아갈 수 있다.

  1. 함께 하는 집단에 애정이 있든가
  2. 함께 하는 일에 애정이 있든가
  3.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애정이 있든가

이는 물론 나에게도 적용되는 기준이다. 저 세 가지 모두가 충족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거겠지만 적어도 저 중 하나만이라도 붙잡고 갈 수 있다면 인생에서 무의미한 시간이 되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1. 회사에 대한 애정: 내가 생각하는 이곳의 지향점은 미디어 회사다. 정확히는 회사를 통해 큐레이션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회사. 이미 발행된 완벽한 소스를 그럴듯한 상품 껍데기를 붙여 유통하는 게 아니라 아주 처음의 기획 단계에서 어떤 콘텐츠가 어떤 식으로 어떤 독자에게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당위성을 확보한 후에야 그에 맞는 포맷을 실험해가려는 회사. 그런 방향성은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 포맷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빻음은 제외하고라도…
  2. 함께 하는 일에 애정이 있는가: 고급 인문 지식을 젠체하지 않고 차근차근 입문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점에 있어서는 백프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시리즈다. 쌓아놓고 안 읽는 인텔리 스타일 장식품 쯤으로 몰락해가는 책이라는 매체를 구할 수 있는 가장 정공법 같은 해결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3.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애정이 있는가: 사장은 존경하고 함께 동고동락한 팀원은 애틋하지만 그 나머지에게는 그런 애정을 느낄 수가 없다. 그 이유는 그들이 최소한의 저 세 기준도 전혀 관심이 없고 자신이 어떻게 평가되는지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곳에서 더디게나마 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게 안 된다면 애정을 가질 만한 다른 걸 찾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인류애적 기원을 해본다… 

사실은 자꾸 날 진지충 취급하는 모 상사 때문에 약간 어이가 없다. 그럼 뭐 회사일인데 대충 해, 이게 쿨한 건가? 맞다. 종국에는 내가 회사에서 헌신짝이 될 수도 있겠지. 그럼 슬플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열심히 임했던 만큼은 다 내 자산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대체 너무 열심히 하지 말아서 얻을 게 뭐가 있는 건가? 건강? 당연히 건강 상할 만큼 하지 않지. 언제나 퇴근 후 웰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간관계? 내가 멍청이냐. 알아서 한다. 아니 게다가 그러거나 말거나 그건 내 사생활. 회사에서 들을 말은 아니다. 어떤 공통의 애정도 없는 상사에게서 듣고 싶은 말은 더더욱 아니다. 내게 그런 말을 하는 저의에는 자신의 불성실함과 못남을 쿨하게 여기고자 하는 찌질한 욕망이 작용하는 것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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