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대한 최소 편집본

페이스북 친구 할당 강요가 싫은 이유

언제라도 보고 조리있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이곳에 기록해 놓는다. 일단

1.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회사를 그렇게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에 속한다.
2. 나는 회사가 잘 되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그게 내가 잘 되는 것과 같은 선상에 있다고 생각될 만하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왜 내가 친구들에게 페이스북 좋아요!를 눌러 달라고 애원하기 싫어하는가?

물론 출판업계는 매우 작고, 책을 읽는 사람도 참 드물며, 그래서 이 정도 규모에서는 몇 십 명의 좋아요!가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런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도 이해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할당제는 회사의 격을 낮추는 일이다. 고작 몇 십 명 단위에 집중하는 회사만이 이런 일을 벌인다. 참고로 지금까지 나는 이 회사가 인간의 인맥에 징징대는 낡은 마케팅 수법을 지양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이곳의 사장님이 출판 산업이 커갈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대기업에 다녀보지 않았지만 대기업 마케팅팀에서 이렇게 하지 않을 거라는 건 안다. 그 회사가 매력적이기 때문에 팔로워수가 많은 것이다. (혹은 매력적인 이벤트를 해서 팔로워수가 많은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팔로워수만이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억지로 주변에 강요해서 늘은 팔로워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들이 적극적으로 이 회사의 팬이 되어 참여할 수 있을까?

이건 게다가 성원들에게 보험 회사에서 보험 아줌마를 소모하는 방식과 비슷하게 느껴질 위험이 있다. 그들은 자신이 평생에 걸쳐 쌓아온 인맥을 보험 권유로 다 소모하고 실적이 떨어져 내쳐진다.

지금까지 나는 이 회사의 기조가 회사가 시키는 일이니까 무조건 해라!가 아니라 회사가 가는 방향이 긍정적이니까 참여해라! 라고 믿었다. 성원들이 단순히 콘텐츠를 처리하는 기능인이 아니라 콘텐츠의 적극적인 생산자로서, 이 회사의 적극적인 성원으로서 행동하기를 기대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어떤 명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책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친구들에게까지 좋아요!를 눌러달라고 부탁하는 건 솔직히 쪽팔리다. 성원으로서 회사에 자부심을 가질 수가 없다.

벌써 내가 아는 훌륭한 동료들은 고작 이런 일로 퇴사 욕구를 매우 받고 있다.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훌륭한 사람들은 아무도 이 회사에 남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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