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진지하게 써 보겠다고 주제만 메모해 놓은 것들이 엄청나게 쌓여 있다. 적게는 이 주 전, 많게는 한 다섯 달 전 것들까지 있음… 그 중 잊어버리지 않은 일부를 간단하게나마 부연 설명해 봄.
1. 부분을 보는 시야와 전체를 보는 시야에 대해
크로키 연습을 한참 들을 때 하던 생각. 디테일에 관련된 뇌와 전반의 구조를 파악하는 뇌가 다르다는 것을 근육으로 깨달았다. 그리고 이 매커니즘은 미술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날 뿐이지 생의 모든 국면에 다 적용되는 듯함. 절망적인 건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둘 다 챙겨야 한다는 것. 이 두 가지 사고를 동시에 진행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필요에 따라 전환을 시킬 수 있어야 하겠고, 이 전환이 빠를수록 젊고 똑똑한 사람인 듯하다.
이 생각을 할 때가 한참 지니어스를 보던 시절이라 이 토픽과 여러모로 관련지어 봤었는데, 아무튼 어떤 게임을 이기려면 전체를 보고 디테일을 파악해서 적절한 전략을 빠르게 확정한 후, 망설이지 말고 밀어붙여야(중요) 판세를 가져갈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런데 나는 전체를 보는 시야와 디테일을 보는 시야 간의 전환이 매우 느린 듯함. 아마 난 안 될 거야…
2. 누드 크로키
모델 분을 화실이 아닌 바깥에서 만났을 때의 느낌…
3. 만드는 책 이야기
사장님의 문제 의식에 충분히 공감한다. 나를 포함해 작금의 이 사회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은 책을 안 읽는다. 어쩌고 저쩌고 환경적이고 사회 경제학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그걸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책을 왜 안 읽냐며 호통치는 건 정말 꼰대스럽고, 그렇다면 이 현실을 인정하고 어떻게든 읽게 만들어야 한다. 왜 읽고 싶게 만들어야 하냐면 읽게 하고 싶으니까? 나름 지식의 대중화는 인류가 몇 안 되게 잘 해 왔던 일이라고 생각하고 더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덧붙이자면 지식은 정보가 아니옵고.
전하고 싶은 지식이 있다면, 그 전하고 싶은 지식이 어떤 형태를 하고 있든 사실 그 형태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책이라는 형태가 갖는 함의가 있으니까. 양질의 지식을 갈무리하여 의미있게 전달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어마어마한 자본이 개입하지 않아도 되고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그런 매체라고 생각한다. 좋은 발명품이야… 내 생계도 책임져 주고.
4. 생존과 투쟁의 역사
한가로움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미술사. 무슨 동물의 세계 같은…
5. 한 줌 남은 친구들조차
요즘 들어 더욱 심해지는 생각이다. 그나마 남은 친구들은 다들 외국으로 떠나고 국내에 잔존한 이들도 서울에서 먼 곳에 살거나 혹여 서울에 살아도 각자 하는 일이 너무 다르니 시간대와 공감대를 맞추기가 심하게 힘들다. 옛날처럼 내 삶에 인간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진 않지만 아무 생각없이 만나도 할 얘기가 마구 솟아나던 그런 사람들이 종종 사실은 아주 많이 그립다.
6. 결핍의 경제를 조장하는 사람들과 결핍의 경제가 오지 않도록 막아 주는 사람들
좀 많이 지난 일이긴 하지만 ‘결핍의 경제학’이라는 책을 읽었을 때 했던 생각이다. 처음 이 회사 들어와서 만났던 사수 언니는 돌이켜보면 정말 좋은 사람이자 좋은 일꾼이었다. 오히려 그 분이 나간 후에 그걸 더 많이 느낀다. 회사라는 건 목적적이고 목적을 이뤄야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그곳에 있다는 자체로도 스스로 자꾸 초조해지고 시야가 좁아지고 자꾸만 돌려막기 상황을 자초하게 되기 일쑤다. 그러나 예전 사수 분은 그러지 않도록 정서적으로, 일정적으로도(그렇다고 실제로 느긋한 것도 아니었는데!) 여러모로 굉장한 안전망이 돼 주셨다.
이 눈에 띄지 않지만 엄청나게 중요한 안전망 위에서 일을 하는 것과 뭔가에 쫓기면서 여유 없이 하는 일의 차이는 굉장한 질적 차이를 낳는다고 생각한다. 성공한 스타트업 기업들의 오너는 대부분 부유한 집 자제들이라지. 금전적이든 시간적이든 여유감이 실제 우월함을 창출한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캐셔 일을 하더라도 밀려오는 대출 이자와 시장 타임세일 기간을 떠올리면서 빨지 못한 하의가 계속 신경쓰인다면 이 결핍 속에 계산 실수가 나오고 혼나고 위축되고 또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피치 못하게 빈부가 되물림되는 상황에 일조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윗사람은 이렇게 부리는 사람을 몰아붙이기 때문에 결국 조급과 초조와 결핍 환경을 도출해 그저그런 타협의 결과물이 나오게 만든다. 그러니까 (실제 여유가 아니라) 여유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일할 환경을 조성해 줬던 전 사수는 얼마나 훌륭한 분이었던가… 지금 알게 되는 것이다. 내가 그런 역할을 해 주고 싶은데 잘 안 되니까.
7. 하고 싶은 게임들
크킹 올드 갓 확장 ㅠㅠ / 발리언트 하츠 / 아직 안 나왔지만 창세기전 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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