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대한 최소 편집본

부산 송별 여행

부산에 다녀왔다. 계절 끝자락에서야 떠난 여름휴가 겸 프랑스로 떠나는 친구의 송별회였다. 송별회를 여행으로 하다니 본격 파워풀한 안녕이다. 여행이라는 것의 속성과 작별이라는 상황이 겹치니 어쩜 이다지도 애틋하던지.

처음으로 밀면을 먹어 봤다. 다들 별로라고 그러던데 난 맛있게 하는 곳을 가서 그랬는지 좋았다.

밀면

근경도 원경도 모두 부산답다. 한국에서는 지역색이라는 걸 지켜내기가 어려운데 그래서 그런지 볼 때마다 장하다. 다들 잘 살았으면 하는 기분이 된다.

산복도로

남포동 먹자골목

부산 주민 친구의 하드한 일정을 끝마치고 마지막으로 낙동강과 남해가 만난다는 다대포에 갔다. 다대포는 야생성이 꿈틀꿈틀 출렁이는 바다였다. 무시무시하고 비옥했다.

다대포물살

부산 주민 친구는 이 와일드한 바다 소리를 더 직설적으로 듣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정말 신기했다. 별다를 게 없으리라고 생각했는데 귀에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귀청이 떨어지도록 소리가 울린다.

바다의 부르심을 듣는 사람들

흐려서 말끔한 낙조를 보지는 못했지만 구름이 꼈을 때 으레 느껴지는 불길함이 없고 안온하기만 했다.

다대포낙조

늦은 저녁으로 맛깔진 고기 반찬과 쌀밥을 먹고 기다시피 숙소에 도착했다. 맥주 한 캔을 먹으며 두런두런 떠들다 어느샌가 까무룩 잠들었다. 요새 계속 잠에 잘 들지 못했는데, 매우 피곤했는지 집에서보다 푹 잤다. 역시 몸을 써야 건강한 수면을 취할 수가 있다…

다음 날은 다행히도 전날의 행군 일정에 비해선 유람에 가까운 코스였다. 광안리 부근에서 고등어구이를 먹고 해수욕장에 갔다. 다대포에 비하면 귀여운 바다다. 생각보다 물이 맑아 바다로 뛰어들고자 하는 마음을 자제하기 참 힘들었다. 이번 여름의 해수욕은 유월의 비진도 바다가 전부였구나. 그때 물에 들어가 놀길 잘했지.

해...수...욕...

집에 돌아와 더러운 집에 누워서 찍었던 사진을 돌이켜 보았다. 몸은 잔뜩 지치고 눈꺼풀은 적극적으로 내려앉고 있는데 잠에 들기가 너무 아까웠다. 절대 다시 오지 않을 풍경들. 이 사람들과 이 나이에 이런 시간을 결코 갖지 못할 것이다. 이젠 어떤 장면들은 유일하며 불멸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슬퍼하지 말자. 또 즐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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