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대한 최소 편집본

쇼크 상태에서 회복중

지난 한 달 무슨 마음으로 살았는지 아연하다. 기억하건대 5월의 초입에서 이번 달엔 좋은 일이 잔뜩 생길 거라고 다짐하듯 예언을 걸었다. 4월은 아무래도 마가 씌였다며, 너무 사람이 죽어 나갔고 아연실색할 사건들이 많이 발생했으니 이제 반등할 일만 남았다며. 많은 서사가 그렇듯 순진한 기원은 무자비하게 초토화된다. 친한 친구 한 명이 죽었고 짧은 시간 사랑한다고 싸워 왔던 사람과는 기어코 처절한 종말을 맞았다. 둘 다 내 인생에 다시 없을 사람들이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살아갈 만한 위안거리는 있었다. 맛있는 것도 종종 먹었고, 박병호는 25홈런을(물론 그 전에 넥센 5연패가 있었지만), 오래 못 보던 친구들도 여럿 만났다. 그렇지만 2014년의 봄 하면 기억날 것들은 이런 기쁨들이 아니라 거대한 슬픔일 것이다.

나는 아직 어려서 나쁜 소식들에 대처하는 법을 잘 모른다.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들어가서 나쁜 소식들이 점점 많이 들려 온다. 더 심각한 것은 그것들을 쿨하게 넘겨버리지 못하고 예전보다 진지하게, 온전히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삶은 스크린 위에서 펼쳐지는 스토리가 아니라 피를 흘리고 지혈하는 어떤 처치 같은 것에 더 가깝다는 것을 격감한다.

살아가는 데 살아갈 이유 따위 없어도 되지만 살아가기 위해서 살아갈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거의 절박한 요구에도 응답해야 한다. 인지능력을 가진,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영장류 생명체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무의미한 시간을 물리적으로 견뎌낼 이름이 있어야 한다. 달력에 숫자를 붙이듯 내 인생이 어떤 챕터를 만들지 꾸미고 편집하지 않으면 정말이지 죽지 못해 산다는 생각을 안 할 도리가 없다. 그러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살기 싫다.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그리고 자부심을 갖고 살고 싶다.

나를 좋아하기 위해서는 당면한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1)이직 2)관계 정리 3)다이어트(..)

조급해하다간 더 안 좋아진다는 걸 경험했다. 요새 주위 사람들에게도 많이 하고 다니는 말이지만, 우리 멀리 보자. 멀리 보고, 이 시기가 까마득하게 몸뚱이를 부양해야 하는 몇 십년간의 세월 중에서 일부분이라는 걸 겸허하게 인정하고, 조금씩만 진전시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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