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어딜 가나 물을 보는 것은 좋아하는지라 사실 앙코르와트보다 톤레삽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톤레삽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민물 호수다. 우기 때는 거의 경상도 크기가 된다고 하고 건기 때는 1/4 크기로 줄어든다고 한다. 크기 자체도 그렇지만 크기의 변화도 정말 어마어마한 스케일이다. 가는 길은 논이 푸르렀는데, 3모작을 한다고 한다.
풍요로운 땅이다.


톤레삽의 수상촌에는 자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남은 베트남 보트 피플과 육지에 살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산다고 한다. 가난한 캄보디아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여전히 마음이 찌뿌둥했다. 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걸 좋다고 구경하고 있는 것이 불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유구한 세월동안 캄보디아 사람들을 먹여살린 이 ‘위대한 호수’의 위용에는 경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 거대한 호수는 풍부한 물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불어났다 빠지며 영양가 풍부한 농토를 만들어 준다. 앙코르와트를 포함한 고대 문명도 이 호수를 끼고 성장했으며 지금도 캄보디아의 큰 도시는 이 호수 주변에 있다. 게다가 이 호수에는 1000여종의 물고기가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는데(물고기가 퍼덕퍼덕 뛰어오른다!), 리엘이라는 물고기는 얼마나 많이 잡혔는지 이곳 통화의 이름이 됐다. 이 비옥하기 짝이 없는 너그러운 대자연을 어떻게 경배하지 않을 수 있을까.
보트를 타고 가는 와중에 자꾸 어디서 야옹 소리가 나서 ‘벌써 여포가 보고 싶어서 환청이 들리나…’ 이랬는데 정체가 밝혀졌다. 보트의 화장실(싸면 아래로 떨어진다 -_-;;;) 변기 아래 숨어 있는 고양이가 있었던 것. 씨엠립에서 고양이를 딱 두 마리 봤다. ㅠ.ㅠ 왜 이렇게 고양이가 안 보이냐고 나중에 물어보니 다 집 안에 살고 있다고 한다. 옛날 이야기 중에 고양이는 안에서 살고, 개는 바깥에서 살게 된 유래를 설명하는 이야기도 있다고…

보트의 엔진을 끄고 고요해진 호수의 한가운데서 함께 타고 온 사람들과 먹고 마셨다. 다들 혼자 온 나에게 매우 상냥하게 대해 주었다. 따뜻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망고와 망고스틴은 꿀맛같고, 맥주는 시원하고, 사람들은 깔깔깔. 황홀한 극락이었다…


그러나 이제 슬슬 돌아갈 시간. 이 따듯하고 압도적인 호수를 다시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구린 화질이지만 동영상도 찍어 봤다.

그리고 돌아와서 몇몇 사람과 함께 캄보디아 전통 춤, 압사라 댄스를 보러 부페에 갔다. 댄스도 아름답고 부페 음식도 맛있었다. 다만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며 왕실의 고귀한 무희들이 추는 춤인 압사라 댄스가 이렇게 잡스러운 관광객이 플래시를 팡팡 터뜨려가며 사진을 찍고 있는 사설 식당에서 소비되고 있다는 게 조금 아련했다. 이 압사라 춤을 아무나 출 수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공연 끝난 후에는 관광객들과 사진 찍는 시간도 있다…



함께 간 가족들이 온갖 은혜를 베풀어 주셔서 물도 공짜로 얻어먹고 자리도 편하게 잡아 볼 수 있었다. 혼자 여행하는 나를 동정해 주신 것이 아닐까 싶다.
공연이 끝나고 럭키마켓에 들러 (이 나라 기준에서 비싸게 파는) 껍질 깐 잭 프룻과 맥주를 샀다. (잭 프룻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아삭하고 달콤하다. 한국에서는 백화점 지하 가면 팔긴 하려나? ㅠ.ㅠ) 확실히 밤에는 툭툭 기사들이 가격을 좀 높게 부른다. 아무래도 내가 묵는 호텔이 시내와 좀 가깝기 때문에 끈질기게 흥정하면 2달러까지 낮출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피곤해서 3달러 선에서 타협해 호텔로 돌아왔다.

다음 날은 드디어 돌덩이들을 보러 가는 날. 지금까지는 그저 이것저것 타고 다니는 유람에 가까웠다. 그러나 다음 날부터 죽음의 돌덩이산 트래킹 커밍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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