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대한 최소 편집본

요즘의 몇 가지

– 더 테러 라이브와 설국열차

전혀 다른데 왜 설국열차랑 그렇게 비교를 할까? 하는 마음이 일차적으로 들었었는데 지금은 왜 그런지 조금 알 것 같다. 비교하기 좋기 때문이다.

설국열차는 질문하기 그 자체에 초점이 있는데 반해 이 영화는 모두가 아는 질문을 하고 답 없음에 슬퍼한다. 밀도가 확연하게 다르다. 설국열차는 하나의 문제 제기를 위해 묵직하게 달려가는데 이 영화는 정말 다종다양한 사회 비리들을 모두 엉겨 놓는다. 서사 자체로만 보면 설국열차가 좀 더 구조적이다. 두 영화 다 반전이라면 반전이랄 게 있지만 그것이 메시지와 관련된 반전인지, 에피소드에 충격을 부여하기 위한 반전인지가 다르다. 사실 현실의 나에게 더 파괴적인 영화는 설국열차일텐데, 더 테러 라이브는 1인칭 시점의 배우가 쫀득쫀득하게 달라붙어 있고 연출이 격정적이고 소재가 한국 사회다보니 감도가 비슷해졌다.

재미있었지만 굳이 따지자면 더 테러 라이브는 이 사회의 많은 비리들을 뭉뚱그려 소비하고(여기까지는 상관 없는데) 그것이 신파와 개인 정치적 취향으로 아름답게 산화한다는 점이 미묘하게 싫다. 마지막 결말로 모든 에피소드들이 다소 시시해졌다. 그냥 아 이런 답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구나 싶어서. 설국열차는 결이 좀 다른 불만이긴 한데, 질문 독해의 시간에 다다르기 위해서 그나마 미미한 캐릭터들을 가차없이 소진하고 있다는 느낌이 별로였다. 문제적 회화 몇 점이 연작으로 나열돼 있으면 더욱 의도에 걸맞지 않을까?

음 내가 뭘 안다고 이런 말이냐마는. 다시 생각해보면 요런 덜 세련된 듯한(?) 불균형함이 또 좋다. 만든 사람의 욕심이 불쑥 등장하는 영화를 사실 좋아한다. 로제타나 더 헌트 같이 빼어나게 균형잡힌 영화는 영화사적으로 칭송하면 되고 뭐, 내가 말을 막 더할 수 있는 이런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 회사

회사를 옮기지 못했다. 여러 가지를 깨달은 바가 많은데 일단 두려워하지 말고 사람을 많이 만나야 이런 분에 넘치는 제의도 들어온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지금 하는 일을 꽤 재미있어 하고 있는데다 함께 일하는 사람을 참 좋아하고 있으며 일하고 있는 곳의 환경에 꽤나 연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까닭 잃은 마냥 회의적인 시선을 벗어나 다시금 모 매체에 대해 관심도 생기고 무튼 여러모로 긍정적인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내 삶이 뭔지 좀 더 알게 돼서 기쁘다.

– 생산적인 시간에 대한 강박

시간을 무의미하게 흘려 보내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 오늘이 어제와 같으면 불안하고, 정신적 충격과 성장(?)이 한동안 없으면 굉장히 자책하는 게 있다. 강박이 있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크고 넓게 볼 필요가 있다. 성실하고 단순하게 차곡차곡 쌓고 기름칠하고 그런 게 움직여야 지금보다 덜 얄팍한 생산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반성하고 있다. 아 이 조급증이 여러 가지로 문제다. ㅠ.ㅠ

또 한 가지, 그동안 생산성에 대한 강박이 물질적인 쪽을 포괄하지 못한 것 같다. 물론 재화 생산은 아직도 큰 목표가 아닌 것 같고, 그냥 운동을 해서 체력을 키우고 몸을 가꾸는 생산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노력이라서 그런지 자꾸만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자책은 자꾸 커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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