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별나게 요즈음 주위 사람들이 말도 안 되 는 짓을 많이 당한다. 사람의 악한 마음은 아무리 당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든 모두 특별해서, 열 명의 착한 마음이 똑같지 않듯 열 명의 악한 마음도 다르기 때문이다. 언제나 새로운 종류의 악독함을 듣고 겪게 된다. 이젠 “말도 안 된다”고 탄식하기 지겨울 정도다. 사실 나는 그냥 말이 안 되는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다.
사실은 완전무결하게 완성된 거대 악도 아니다. 조물딱거리는 미욱한 인간들의 소심한 악의, 뻔뻔함, 나태함, 이기심 등이다. 못생긴 것이고 조악한 잡범이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착하고 민감한 이들은 깊게 상처 입는다. 게다가 치료할 생각도 않고 집요하게 환부를 헤집기까지 한다. 그리고 세계는 왜 이럴까, 여긴 살 만한 곳이 아닌가 봐 하면서 불을 끄듯 삶을 꺼 간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 중에서 가장 선량한 사람은 돌아가신 할아버지다. 나는 그 분이 한평생 친한 자들의 잔인한 이기심을 감내해 왔다는 것을, 별로 삶이 즐겁지 않으셨음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다. 말수가 적으셨던 할아버지의 읊조림이 종종 떠오른다. “한강 다리를 건너고 있으면 한참 동안 물을 바라보게 돼. 저 아래로 뛰어내리면 이 모든 고통이 사라질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할아버지는 그 즈음 매일 새벽마다 다리 너머로 산책을 나가셨었다. 그 못된 짓들과 맞서 싸우지도 않고 조용히 술을 마시다가 돌아가신 할아버지.
착한 사람들이,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드라마적 상황들에 처한다. 내가 다 억울하고 어이가 없어서 외면하고 싶을 정도다. 하필이면 그 사람들에게 재해들이 자꾸 닥쳐. 왜 약한 걔넬 때리니. 왜 신경질적이고 갸냘픈, 착하디 착한 사람들을 왜 멸종시키려고 하니.
나는 내가 사랑하는 착한 이들처럼 착하지 못하다. 무신경하고 자기합리화도 잘 하는 편이다. 그러나 나도 이제 지쳤다. 점점 갈 수 있는 곳이 사라진다. 강남도 신대방도 대학로도 이제는 홍대도, 못된 너희들이 불쑥불쑥 나타나는 거리들이 무서워서 나는 왠지 도망치듯 방으로 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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