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살고 싶지 않아서 아무것도 아닌 공간과 시간을 가짜 눈물과 감동으로 채워보려 했던 것 뿐이었다. 난 참 남의 감상주의엔 그렇게 무자비하면서 나한텐 참도 관대했다. 아름답고 혁명적인 부르튼 밤들이 진정으로 존재했는지 아니면 내 말 속에서만 존재했는지 이젠 나도 모르겠다.
이젠 어떤 감상주의를 공유하고 있는(그것을 아이덴티티로 하고 있는) 집단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 그러한 집단에선 나의 말만 있는 감상주의가 인정받고 소중하게 생각된다. 물론 내 행복이라는 측면에선 더 좋은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감상주의를 통해 현실은 200% 이상 색감이 선명해진다. 흐물흐물하고 무채색에 가까운 많은 일들이 화려한 오감으로 감각된다.
진짜로 선명하게 살고 싶다. 가끔 어떤 사람의 명확한 감상주의가 부럽다. 그런 것들은 스스로에겐 감상적인 것이 아니라 그저 치열한 삶이고 스스로의 역사에서 묵혀 나온 감성이었는데 그것이 자기 검증과 제련을 거쳐 보편적으로 남에게 그것이 감상적으로 다가오는 경우다. 부러워 죽겠다. 정말 그런 것들을 쓰고 노래하고 말하고 싶다.
나는 이제 세계 역사와 맥락의 주도권을 억지로 나에게 돌리고 싶지 않다. 나는 단지 그저 내가 되고 싶을 뿐이었는데, 그러려는 시도조차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래도 그렇게 되고 싶다. 그럴 수 없을 것 같다고 해서 그 가능성을 미워하고 싶지는 않다.
그 밖에
- 방 치웠다! (여분의 이불도 생겼어) 손님을 맞을 준비가 되었다.
- 오른쪽 귀에 뚫은 뾰족한 귀걸이로 혼자 귀를 두 개나 뚫었다. 처음엔 좀 긴장했는데 두 번째 뚫을 땐 알아서 귀 맛사지도 하고 투둑 하고 뚫었다. 왼쪽에 나란히 세 개의 링 귀걸이가 붙어 있는데 그야말로 스프링 노트다.
- 내일은 생협 배달 아저씨한테 말을 붙여 봐야지. 아저씨 젊고 잘 생기시고 내 취향의 목소리다. 집 안으로 초대하고 싶다. ㅠㅠ
- 물기 젖은 목소리로 남긴 음성 메시지를 듣고 죄책감과 함께 마음이 짠해졌다. 이젠 정말 연락 잘 받도록 노력해야지. 이렇게 불성실한데도 나를 버리지 않고 좋아해줘서 참 미안하고 감사하고 그렇다. 잊지 말고 편지도 보내야지.